농구 코트가 있는 곳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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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난민 젊은이들이 모인 크루가 농구를 통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서 희망, 정체성과 우정을 찾아갑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0월 24일
9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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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기쁨’은 해당 스포츠의 낡은 관념에 맞서는 팀과 클럽에 관한 시리즈입니다.

퍼스의 프리맨틀 시(일명 프리오)에 있는 사우스비치 농구 코트에서는 3:3 길거리 농구 경기가 한창입니다. 친구들끼리 재미로 하는 경기처럼 보이지만 서로 오가는 농담에서 승리에 중요한 게 걸려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진 팀이 저녁을 사야 하니까요.

“저녁밥 엄청 맛있겠다!”라고 팀의 개그를 담당하는 (그리고 팀에서 키가 가장 작아 친근한 놀림을 받곤 하는) 라코가 말합니다.

팀의 비공식 리더인 세빗 리스가 공을 다루며 씩 웃습니다. “야, 난 밀크셰이크가 마시고 싶어.” 라며 장학금을 받고 대학 농구 경기를 뛰었던 22살의 세빗이 이야기합니다. “저녁 살 돈을 넉넉히 준비해야 할 거야. 난 NOBU 식당에도 갈 거니까!” 세빗은 고급 일식당을 좋아합니다.

“나한테서 밥 얻어먹기는 힘들걸, 그런 말 할 거면 나가!”라고 팀의 막내 선수 중 한 명인 21살의 추디어 랩이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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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 매조크가 하프 코트에서 플레이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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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라코가 땀을 뻘뻘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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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디어 랩이 농구 골대를 향해 파고들자 뱅이 수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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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앗웨 리스가 오른손으로 플로터 슛을 날립니다.

“바비큐 하러 갈 수 있는 거지?”라고 세빗의 팀원 중 한 명인 25살의 응고르 만양이 말합니다. 이들의 뚜렷한 호주식 억양과는 달리, 말투에서 여전히 출신지가 느껴집니다. 코트에서 뛰는 청년은 모두 어릴 적 남수단에서 건너와 호주 서부의 퍼스에 정착한 난민들입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건너온 이곳에서 키가 208cm나 되는 세빗은 물론, 이들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구경하던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진정한 이유는, 이러한 수준급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이미 프로거나 프로 지망생이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경기(그리고 맛있는 저녁)에 대한 애정이 전부입니다.

세빗이 왼쪽 윙에서부터 선수들을 뚫고 지나며 골대를 향해 달려갑니다. 슛이 성공하며 점수는 4점 차로 벌어집니다. 이제 목을 축일 휴식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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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농담을 주고받으며 경기 전에 스트레칭하는 추디어, 응고르와 크리스의 모습.

나이키는 잠시 세빗과 현지의 호주 프로농구리그 팀에서 뛰었던 선수이기도 한 세빗의 동생인 19살의 추앗웨, 그리고 응고르와 대화를 나누며, 농구라는 스포츠가 어떻게 이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과 이어지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자유와 승리의 열쇠, 즉 농구를 향한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족이 남수단에서 퍼스까지의 여정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앗웨: 저는 남수단 와트에서 태어났어요. 내전 때문에 우리 가족은 제가 3살일 때 호주로 이주했죠.

어디가 고향이라고 생각하나요?

추앗웨: 호주는 제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고 제게 주어진 모든 기회에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언제나 남수단과의 연결고리를 간직할 거고 남수단은 언제나 제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물려받은 문화에 강한 유대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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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엘렌브룩에 위치한 집에 함께 모인 채트, 냐이넨, 촐, 세빗, 디나이, 토마스, 냐이당과 추앗웨 리스의 모습.

뛰어난 수준의 스포츠 경기 실력이 더 넓은 호주의 지역 사회와 이어지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었나요?

추앗웨: 뭐든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고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노력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라는 점을 제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전 남수단에서 호주로 건너온 변화가 그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언젠가 남수단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모두를 위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세빗: 전 스포츠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때 더 포용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저와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왜 농구를 하게 되었나요?

응고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민족 중 하나[남수단의 딩카족]예요. 농구와 잘 맞는 신체 조건과 기량 덕분에 자연히 농구에 끌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세빗: 큰형 때문이죠. 같이 농구하고 싶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항상 모든 걸 같이 해요. 제 인생을 지탱해주는 세 가지 기둥이 바로 학교, 가족, 그리고 농구거든요.

추앗웨: 형제들이 농구를 했어요. 주말이면 경기하러 가서 저도 형제들과 같이 농구하고 싶었죠. 그래서 축구를 그만두고 농구를 시작했고 4학년 때부터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어요. 지금은 프로 선수를 하려고 하니 하루 일정이 농구를 중심으로 돌아가요. 제 머릿속엔 농구 생각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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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우스비치 농구 코트로 향하는 크리스, 응고르와 추디어가 뒷좌석에 앉아 웃고 있는 모습.

어떻게 크루를 결성하게 되었나요?

추앗웨: 가족끼리 아는 사이라 수년간 알고 지냈어요. 어릴 적부터 함께 농구를 하기 시작했죠. 그 후 퍼스 라이노스라는 남수단계 호주인프로농구협회 팀이 결성되었죠. 이 팀은 2018년 해체되었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 크루가 그 팀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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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앗웨의 트로피는 항상 리스 가족의 집 현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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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가족의 집에는 남수단을 상징하는 배너가 호주 국기와 함께 걸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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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앗웨의 트로피는 항상 리스 가족의 집 현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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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가족의 집에는 남수단을 상징하는 배너가 호주 국기와 함께 걸려있습니다.

이 팀의 선수로 뛰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세빗: 외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해줘요. 함께 있을 때는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게 되죠. 농구는 단결이 중요한 스포츠거든요. 성공적으로 승리를 이끄려면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봐야 하죠.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다음 플레이를 위해 극복하고 나아가요. 그게 팀워크죠. 이 모든 게 우정을 더 돈독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응고르: 사랑을 느껴요. 좋은 에너지를 경험하게 되죠. 어디에서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 때문에 이 그룹에서 강한 지지를 받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추앗웨: 가족과도 같아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룹에 있는 누구에게나 털어놓을 수 있어요. 경기할 때는 서로 갈등도 있고 지고 싶지 않지만 농구는 팀 스포츠예요. 생각의 차이를 내려놓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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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이 발생하자 응고르가 뱅을 도와 일으켜 세웁니다.

코트 안에서의 유대감이 어떻게 밖에서도 지속될 수 있나요?

응고르: 저희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회복력을 키워요. 그래서 함께 경기를 할 때, 한 사람이 성공하면 모두 성공한다는 것을 알죠. 그게 제가 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세빗: 함께 노는 것은 우리의 우정을 확인시켜줘요. 서로 논쟁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그게 우리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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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가족이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본인의 경기 스타일과 강점을 설명해 주세요.

응고르: 제 강점은 슛이죠. 저는 가장 재능이 뛰어난 슈터 중 하나예요.


세빗: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키가 커서 높은 곳에서 슛을 할 수 있다는 점이요.

추앗웨: 제 스피드와 운동 신경이죠. 저는 패스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전 이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하죠.

누가 제일 실력이 좋은 선수인가요?

세빗: (진지한 모습) 저요.

추앗웨: (진지한 모습) 우리 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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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리바운드 싸움을 하고 있는 크리스, 뱅과 추디어의 모습.

코트로 되돌아오자 경기의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패스만큼이나 말도 빨라집니다.

“슛을 망설이지 마!”

“야, 골대를 공략해야지!”

“야, 그렇게 다리가 짧아서 어떡하냐?”

“바로 그거야, 실력 좀 보여줘!”

건너편 코트 선수들이 본인들의 경기를 멈추고 프로 수준의 크루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려고 모여듭니다. 구경꾼들이 이들의 기술에 감탄하는 모습에서 이들이 농구를 통해 현지에서 영웅이 되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11점 승부로 진행된 경기에서 세빗의 팀이 4:3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경기 MVP인 세빗은 경기를 지켜보던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느라 잠시 시간을 냅니다.

그러고 나서 팀은 유명한 프리맨틀의 산들바람 속에서 열기를 식히러 바닷가로 향합니다. 이 산뜻한 바닷바람은 호주의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프리오 닥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모래 위로 프리오 닥터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 쫓아가고 밀다가 웃으며 넘어지면서 파도 속으로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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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우스비치에서 경기 후 열기를 식히는 크리스, 추디어, 뱅의 모습.

진 팀이 이긴 팀에게 햄버거나 바비큐 립을 사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승리가 전부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에게 승리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이 청년들에게 농구는 공용어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소속감을 찾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바비큐 립은 그저 맛있는 보너스일 뿐이죠.

글: 아르티 베티제리
사진: 크리스 거니

게시: 2020년 10월

원게시일: 2022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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