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온 원: 슬론 스티븐스 X 매디슨 키스
운동선수*
테니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라이벌이자 평생의 친구로서 함께 나아가고 있는 슬론과 메디슨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원 온 원'은 나이키 스포츠 선수들이 서로 자유롭게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매디슨 키스와 슬론 스티븐스는 주니어 대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기도 전에 먼저 친구가 되었습니다. 프로 테니스 선수의 길을 착실히 밟은 이들은 십 대에 프로가 되고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등 비슷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결국 매디슨과 슬론은 각자의 기준에서 성공한 운동선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디슨에게 성공은 다섯 개의 타이틀과 개인 최고 기록인 WTA(세계 여자 테니스 협회) 랭킹 7위를 차지한 것이고, 슬론에게 성공은 2017년 메이저 챔피언 타이틀을 포함한 여섯 개의 타이틀과 개인 최고 기록인 랭킹 3위를 차지한 것이었습니다.
경쟁은 삶의 일부지만 슬론과 매디슨은 서로가 라이벌보다는 친구임을 인정합니다. 파죽지세의 메이저 대회 우승, 뼈아픈 패배, 글로벌 팬데믹, 국제 토너먼트 대회 참가를 위한 장거리 여행을 거치면서 이들의 유대는 더욱더 단단해졌습니다. 잇따라 찾아오는 부상과 성공의 부침 속에서 두 선수는 각기 성장했고, 개인적인 삶과 프로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구분해 내는 데 전문가가 됐습니다. 작가이기도 한 디드리 다이어 편집장과의 대화에서 이들은 두 사람이 쌓은 유대감, 터득한 지혜, 실천가가 되기까지의 거친 길, 이들이 견뎌야 했던 패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만남부터 이야기해 보죠. 두 분이 처음 만났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매디슨: 우리가 언제 만났지?
슬론: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리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아니라 둘 다 기억 못 하는 거겠죠. 하지만 뭔가 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일이 없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매디슨: 같은 토너먼트에서 자주 만났던 것 같아요.
슬론: 테니스를 하다 보면 늘 보던 사람만 보게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인사를 나누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친구가 된 거죠.
라커룸에 있다가 코트로 나설 때 마음속에서 친구 사이가 어떻게 바뀌나요? 친구 관계에서 경기 모드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매디슨: 솔직히 우리도 그걸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슬론: 경기에 나설 때는 '그래, 너도 최선을 다해 봐'라고 생각하죠.
매디슨: 친구였던 시기 내내 경쟁 관계여서 그럴 거예요. 그날 상대방이 이기고 싶어 한다는 걸 서로 당연히 알고 있죠. 그리고 그건 우리 우정이나 상대방에게 아무 영향이 없어요. 스포츠일 뿐이잖아요.
슬론: 이렇게 오래 경쟁하다 보면 누군가는 이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죠. 우정도 그래요. 특히 스포츠와 테니스에서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얘는 내 친구니까 이렇게 대처해야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매디슨과 저는 빨리 잊고 털어버리는 것 같아요. 경기에서 맞붙고 나서 5분 후에는 '저녁 어디서 먹을 거야? 지금 뭐해?'라고 묻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나요?
슬론: 우리는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서로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새집으로 이사하고, 가구를 사고, 새 남자친구가 생기고... 똑같은 일을 많이 겪었어요. 매디슨은 식물에 빠져 사는데, 저는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취미 같다고 생각하지만 꼭 사진을 찍어서 저에게 보내주곤 하죠.
“우리는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서로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새집으로 이사하고, 가구를 사고, 새 남자친구가 생기고... 똑같은 일을 많이 겪었어요.”
슬론 스티븐스
서로의 경기 스타일은 어떻게 변했나요?
매디슨: 슬론은 제가 본 테니스 선수 중에 가장 빠른 선수였어요. 말도 안 될 정도로요. 상대가 드롭 샷을 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네트에 와 있는 거예요. 지금도 공을 따라가는 능력은 대단하죠. 주니어 때는 공을 수없이 치고 또 다 받아내면서도 너무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나이를 먹고 투어 경력이 쌓이면서, 한 걸음 물러나 랠리를 해야 할 때와 공격적으로 나가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 또는 시간을 끌어야 할 때를 판단하는 게 노련해졌죠. 경기에서 이런 균형을 찾는 능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슬론: 세상에, 정말 좋은 비평이야. 고마워. 매디슨은 서브가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매디슨은 공을 굉장히 강하게 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저 세게 치기보다는 조합을 훨씬 많이 사용해요. 포핸드가 워낙 강하니까 그 점이 매디슨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자신의 패턴을 발전시킨 덕에 토너먼트 우승도 할 수 있었죠. 매디슨의 경기 스타일에서 최고는 서브와 강력한 포핸드죠.
코트 밖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응원하나요?
매디슨: 한 명이 잘 나갈 때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가 처지가 뒤바뀐 적이 많았어요. 힘들 때 서로 돕는 걸 잘하게 된 것도 한 명이 바로 전에 비슷한 일을 겪곤 하기 때문이죠.
슬론: 부상은 당연히 끔찍하죠. 아마 처음으로 두 명이 동시에 부상을 당한 게 2017년 US 오픈 직전이었을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처럼 경기하고 뛸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죠. 그때가 둘이 동시에 부상을 당한 시기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잘된 일이라는 말은 아니고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복기를 보내나요?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동력이 되어주는 다짐은 무엇인가요?
매디슨: 우리 둘 다 비슷한 시기를 거치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에는 모든 게 엉망이죠. 둘 다 부상은 겪을 만큼 겪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금방 털고 일어나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이걸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는 거죠. 둘 다 부상을 당했을 때 완전히 몰두하고 흥미를 가질 새로운 대상을 찾는 데는 도가 텄어요. 슬론은 그 시기에 학업을 마쳤죠. 저는 그 정도로 앞날을 생각하지 못해서 식물을 잔뜩 사다가 온종일 심고 돌봤고요. 슬론은 학교를 마친 다음 학업을 계속해 졸업장을 받았고, 저는 가구와 식물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슬론: 다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부상을 당하면 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평소에 못 했던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냅니다. 거의 일 년 내내 부상인 적도 있었어요. 여름에 결혼식도 참석하고, 봄에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것도 오직 별난 부상을 입었던 덕이죠.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요. 물론 일주일에서 10일 정도는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고 속상한 시기가 있죠. 그러다가 털고 일어나서 이제 뭘 할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비현실적인 휴가를 가거나, 친구와 가족을 만나거나 해서 최대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어요.
“힘들 때 서로 돕는 데 익숙해진 것도 한 명이 바로 전에 비슷한 일을 겪곤 하기 때문이죠.”
매디슨 키스
두 분 다 투어 경력이 꽤 되는데요. 이제 막 투어에 합류한 어린 선수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요?
매디슨: 즐기면서 하고 뭐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1년 동안 수많은 승리와 패배를 오가기 때문에 승패에 너무 집착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남은 선수 생활은 길다는 걸 명심하세요. 지나고 보면 최악의 패배도 최악이 아니고, 최고의 승리도 최고가 아닌 걸 결국 알게 될 거예요. 매사를 큰 틀에서 봐야 해요.
슬론: 매디슨이 한 말 그대로예요. 다섯 경기 연속 패배했다고 기죽지 말고 '그게 뭐 대수냐' 하고 생각해야죠. 다음번엔 여덟 경기 연속 패배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가 메이저 우승도 하고, 그다음에는 10연속 패배도 할 수 있는 거예요. 햄스터가 돌리는 쳇바퀴와도 같아요. 계속 가야 하는 겁니다. 이치를 곰곰이 따져 보면 이해가 될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자는 단 한 명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디슨: 128명이죠.
슬론: 맞아요. 그 많은 사람 중 딱 한 명만 우승합니다. 4강에 들었다면 충분히 잘한 거예요. 결승까지 올랐다면 정말 잘한 거고요. 매주 우승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보면 와닿을 거예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팬데믹 외에도 시민의식의 향상, 그리고 인종 평등과 사회 정의의 새로운 장을 경험하고 있고요. 두 분 모두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면 이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지를 공언했습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슬론: 각자 주어진 발언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해요. 인종 불평등 문제에 관해서는 교육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여러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발언 기회를 활용해 사람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저나 매디슨도 전혀 몰랐던 걸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배우고 있고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스스로 배우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원래 인스타그램은 예쁘게 나온 사진만 올리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교육적인 주제나 투표처럼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곳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매디슨: 게다가 팬데믹 상황이라 모든 게 이전보다 한층 고조됐어요. 안 그래도 스트레스와 좌절감, 불안감이 심했는데, 이 모든 게 지금 목격하고 있는 거대한 운동으로 연결됐죠. 다들 이제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공유한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더는 못 참겠다, 뭔가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평생 처음 봤어요. 단지 자기 몫을 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예요.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매디슨은 코트 안팎에서 다정함과 공감을 높이는 데 전념하는 'Kindness Wins'라는 이니셔티브를 설립했고, 슬론은 '슬론 스티븐스 재단'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훈련, 지역 사회 자원에 투자하고 있죠. 그 밖에도 WTA 선수 협의회에서 동료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고요. 이런 인류애와 나눔에 대한 열정은 어디서 비롯됐나요?
슬론: 저는 어린 시절 클럽에서 테니스를 쳤는데, 처음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최고의 코치를 만났는데 아주 재미있는 분이셨죠. 제가 아직 테니스를 하는 이유는 첫 테니스 경험 때문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프란시스코 코치님을 뵈러 가고 싶네요. 정말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뭐든 어릴 때 처음 경험한 그때로 늘 되돌아가는 것 같아요. 만약 처음 테니스를 치는데, 코치가 별로고 재미가 없다면 아마 다시는 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을 거예요.
테니스는 제 인생에 정말 많은 걸 줬어요.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굉장한 일도 많이 할 수 있었죠. 제가 받은 것과 기회를 아이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그들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테니스란 스포츠가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평소 테니스 라켓을 잡을 일이 없는 아이들에게 라켓을 쥐여 주고 싶다는 게 재단을 설립한 중요한 이유였죠. 저와 똑같은, 저를 우러러보는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프로 선수가 아니고 고등학교 팀에서 뛰더라도 괜찮아요. 테니스는 평생 스포츠거든요. 연령대가 높은 클럽에 가 보면 85세, 90세 어르신들이 테니스를 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 정도로 평생 스포츠고 많은 도움이 되죠. 저는 테니스는 꿈도 꾸지 못했을 다음 세대의 다양한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기회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매디슨: 제가 제 재단을 시작한 이유는, 예전에 'Fearless Girl'이라는 다른 재단에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중고등학교 여자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리더십을 심어 주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죠. 몇몇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참 즐거웠어요. 그런 일을 중고등학교에서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확장하고 싶었어요. 우리 메시지가 마음에 들고 우리가 하는 일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 나이대나 저보다 나이 많은 직장인 여성도 많았거든요. 재단에 참여하고 싶은 다른 운동선수들에게 문화를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재단을 시작한다는 게 엄청나게 방대한 프로세스잖아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고, 우리가 하려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죠. 'Kindness Wins'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상당히 광범위한 아이디어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예요. 제가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죠.
“저는 테니스는 꿈도 꾸지 못했을 다음 세대의 다양한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기회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슬론 스티븐스
테니스는 남녀 임금 평등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런 토대가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매디슨: 많은 게 이미 이루어진 상태에서 시작해서 우리 둘 다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빌리 진 킹과 비너스 윌리엄스가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하고 있고요.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 위치에 있지 못했겠죠. 더 많은 평등이 받아들여지고 존중될 수 있도록 지금도 싸우고 있어요. 아직 할 일은 많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이뤘지만 더 이룰 수 있어' 또는 '더 평등해질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예요.
슬론: 맞아요. WTA 선수 협의회에 있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여성이라는 점, 불평등을 느낀다는 점, 남자와 똑같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점만으로 이미 힘들다는 것을요.
지금도 계속되는 싸움 같아요. 절대로 지금 위치에 만족해서는 안 돼요. 항상 더 나아지려 노력해야 하죠. 더 많이 싸워야 해요. 이게 협의회에서 일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감히 따져 볼 입장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거예요. 이 사람들도 더 많은 걸 원하니 우리가 나서서 그걸 이뤄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것을 얻고 공평한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거죠.
글: 디드리 다이어
일러스트레이션: 사라 맥스웰
'원 온 원'은 나이키 스포츠 선수들이 서로 자유롭게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매디슨 키스와 슬론 스티븐스는 주니어 대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기도 전에 먼저 친구가 되었습니다. 프로 테니스 선수의 길을 착실히 밟은 이들은 십 대에 프로가 되고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등 비슷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결국 매디슨과 슬론은 각자의 기준에서 성공한 운동선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디슨에게 성공은 다섯 개의 타이틀과 개인 최고 기록인 WTA(세계 여자 테니스 협회) 랭킹 7위를 차지한 것이고, 슬론에게 성공은 2017년 메이저 챔피언 타이틀을 포함한 여섯 개의 타이틀과 개인 최고 기록인 랭킹 3위를 차지한 것이었습니다.
경쟁은 삶의 일부지만 슬론과 매디슨은 서로가 라이벌보다는 친구임을 인정합니다. 파죽지세의 메이저 대회 우승, 뼈아픈 패배, 글로벌 팬데믹, 국제 토너먼트 대회 참가를 위한 장거리 여행을 거치면서 이들의 유대는 더욱더 단단해졌습니다. 잇따라 찾아오는 부상과 성공의 부침 속에서 두 선수는 각기 성장했고, 개인적인 삶과 프로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구분해 내는 데 전문가가 됐습니다. 작가이기도 한 디드리 다이어 편집장과의 대화에서 이들은 두 사람이 쌓은 유대감, 터득한 지혜, 실천가가 되기까지의 거친 길, 이들이 견뎌야 했던 패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만남부터 이야기해 보죠. 두 분이 처음 만났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매디슨: 우리가 언제 만났지?
슬론: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리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아니라 둘 다 기억 못 하는 거겠죠. 하지만 뭔가 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일이 없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매디슨: 같은 토너먼트에서 자주 만났던 것 같아요.
슬론: 테니스를 하다 보면 늘 보던 사람만 보게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인사를 나누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친구가 된 거죠.
라커룸에 있다가 코트로 나설 때 마음속에서 친구 사이가 어떻게 바뀌나요? 친구 관계에서 경기 모드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매디슨: 솔직히 우리도 그걸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슬론: 경기에 나설 때는 '그래, 너도 최선을 다해 봐'라고 생각하죠.
매디슨: 친구였던 시기 내내 경쟁 관계여서 그럴 거예요. 그날 상대방이 이기고 싶어 한다는 걸 서로 당연히 알고 있죠. 그리고 그건 우리 우정이나 상대방에게 아무 영향이 없어요. 스포츠일 뿐이잖아요.
슬론: 이렇게 오래 경쟁하다 보면 누군가는 이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죠. 우정도 그래요. 특히 스포츠와 테니스에서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얘는 내 친구니까 이렇게 대처해야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매디슨과 저는 빨리 잊고 털어버리는 것 같아요. 경기에서 맞붙고 나서 5분 후에는 '저녁 어디서 먹을 거야? 지금 뭐해?'라고 묻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나요?
슬론: 우리는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서로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새집으로 이사하고, 가구를 사고, 새 남자친구가 생기고... 똑같은 일을 많이 겪었어요. 매디슨은 식물에 빠져 사는데, 저는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취미 같다고 생각하지만 꼭 사진을 찍어서 저에게 보내주곤 하죠.

“우리는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서로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새집으로 이사하고, 가구를 사고, 새 남자친구가 생기고... 똑같은 일을 많이 겪었어요.”
슬론 스티븐스
서로의 경기 스타일은 어떻게 변했나요?
매디슨: 슬론은 제가 본 테니스 선수 중에 가장 빠른 선수였어요. 말도 안 될 정도로요. 상대가 드롭 샷을 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네트에 와 있는 거예요. 지금도 공을 따라가는 능력은 대단하죠. 주니어 때는 공을 수없이 치고 또 다 받아내면서도 너무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나이를 먹고 투어 경력이 쌓이면서, 한 걸음 물러나 랠리를 해야 할 때와 공격적으로 나가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 또는 시간을 끌어야 할 때를 판단하는 게 노련해졌죠. 경기에서 이런 균형을 찾는 능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슬론: 세상에, 정말 좋은 비평이야. 고마워. 매디슨은 서브가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매디슨은 공을 굉장히 강하게 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저 세게 치기보다는 조합을 훨씬 많이 사용해요. 포핸드가 워낙 강하니까 그 점이 매디슨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자신의 패턴을 발전시킨 덕에 토너먼트 우승도 할 수 있었죠. 매디슨의 경기 스타일에서 최고는 서브와 강력한 포핸드죠.
코트 밖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응원하나요?
매디슨: 한 명이 잘 나갈 때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가 처지가 뒤바뀐 적이 많았어요. 힘들 때 서로 돕는 걸 잘하게 된 것도 한 명이 바로 전에 비슷한 일을 겪곤 하기 때문이죠.
슬론: 부상은 당연히 끔찍하죠. 아마 처음으로 두 명이 동시에 부상을 당한 게 2017년 US 오픈 직전이었을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처럼 경기하고 뛸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죠. 그때가 둘이 동시에 부상을 당한 시기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잘된 일이라는 말은 아니고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복기를 보내나요?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동력이 되어주는 다짐은 무엇인가요?
매디슨: 우리 둘 다 비슷한 시기를 거치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에는 모든 게 엉망이죠. 둘 다 부상은 겪을 만큼 겪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금방 털고 일어나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이걸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는 거죠. 둘 다 부상을 당했을 때 완전히 몰두하고 흥미를 가질 새로운 대상을 찾는 데는 도가 텄어요. 슬론은 그 시기에 학업을 마쳤죠. 저는 그 정도로 앞날을 생각하지 못해서 식물을 잔뜩 사다가 온종일 심고 돌봤고요. 슬론은 학교를 마친 다음 학업을 계속해 졸업장을 받았고, 저는 가구와 식물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슬론: 다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부상을 당하면 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평소에 못 했던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냅니다. 거의 일 년 내내 부상인 적도 있었어요. 여름에 결혼식도 참석하고, 봄에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것도 오직 별난 부상을 입었던 덕이죠.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요. 물론 일주일에서 10일 정도는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고 속상한 시기가 있죠. 그러다가 털고 일어나서 이제 뭘 할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비현실적인 휴가를 가거나, 친구와 가족을 만나거나 해서 최대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어요.
“힘들 때 서로 돕는 데 익숙해진 것도 한 명이 바로 전에 비슷한 일을 겪곤 하기 때문이죠.”
매디슨 키스
두 분 다 투어 경력이 꽤 되는데요. 이제 막 투어에 합류한 어린 선수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요?
매디슨: 즐기면서 하고 뭐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1년 동안 수많은 승리와 패배를 오가기 때문에 승패에 너무 집착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남은 선수 생활은 길다는 걸 명심하세요. 지나고 보면 최악의 패배도 최악이 아니고, 최고의 승리도 최고가 아닌 걸 결국 알게 될 거예요. 매사를 큰 틀에서 봐야 해요.
슬론: 매디슨이 한 말 그대로예요. 다섯 경기 연속 패배했다고 기죽지 말고 '그게 뭐 대수냐' 하고 생각해야죠. 다음번엔 여덟 경기 연속 패배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가 메이저 우승도 하고, 그다음에는 10연속 패배도 할 수 있는 거예요. 햄스터가 돌리는 쳇바퀴와도 같아요. 계속 가야 하는 겁니다. 이치를 곰곰이 따져 보면 이해가 될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자는 단 한 명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디슨: 128명이죠.
슬론: 맞아요. 그 많은 사람 중 딱 한 명만 우승합니다. 4강에 들었다면 충분히 잘한 거예요. 결승까지 올랐다면 정말 잘한 거고요. 매주 우승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보면 와닿을 거예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팬데믹 외에도 시민의식의 향상, 그리고 인종 평등과 사회 정의의 새로운 장을 경험하고 있고요. 두 분 모두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면 이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지를 공언했습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슬론: 각자 주어진 발언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해요. 인종 불평등 문제에 관해서는 교육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여러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발언 기회를 활용해 사람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저나 매디슨도 전혀 몰랐던 걸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배우고 있고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스스로 배우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원래 인스타그램은 예쁘게 나온 사진만 올리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교육적인 주제나 투표처럼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곳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매디슨: 게다가 팬데믹 상황이라 모든 게 이전보다 한층 고조됐어요. 안 그래도 스트레스와 좌절감, 불안감이 심했는데, 이 모든 게 지금 목격하고 있는 거대한 운동으로 연결됐죠. 다들 이제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공유한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더는 못 참겠다, 뭔가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평생 처음 봤어요. 단지 자기 몫을 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예요.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매디슨은 코트 안팎에서 다정함과 공감을 높이는 데 전념하는 'Kindness Wins'라는 이니셔티브를 설립했고, 슬론은 '슬론 스티븐스 재단'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훈련, 지역 사회 자원에 투자하고 있죠. 그 밖에도 WTA 선수 협의회에서 동료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고요. 이런 인류애와 나눔에 대한 열정은 어디서 비롯됐나요?
슬론: 저는 어린 시절 클럽에서 테니스를 쳤는데, 처음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최고의 코치를 만났는데 아주 재미있는 분이셨죠. 제가 아직 테니스를 하는 이유는 첫 테니스 경험 때문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프란시스코 코치님을 뵈러 가고 싶네요. 정말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뭐든 어릴 때 처음 경험한 그때로 늘 되돌아가는 것 같아요. 만약 처음 테니스를 치는데, 코치가 별로고 재미가 없다면 아마 다시는 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을 거예요.
테니스는 제 인생에 정말 많은 걸 줬어요.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굉장한 일도 많이 할 수 있었죠. 제가 받은 것과 기회를 아이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그들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테니스란 스포츠가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평소 테니스 라켓을 잡을 일이 없는 아이들에게 라켓을 쥐여 주고 싶다는 게 재단을 설립한 중요한 이유였죠. 저와 똑같은, 저를 우러러보는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프로 선수가 아니고 고등학교 팀에서 뛰더라도 괜찮아요. 테니스는 평생 스포츠거든요. 연령대가 높은 클럽에 가 보면 85세, 90세 어르신들이 테니스를 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 정도로 평생 스포츠고 많은 도움이 되죠. 저는 테니스는 꿈도 꾸지 못했을 다음 세대의 다양한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기회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매디슨: 제가 제 재단을 시작한 이유는, 예전에 'Fearless Girl'이라는 다른 재단에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중고등학교 여자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리더십을 심어 주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죠. 몇몇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참 즐거웠어요. 그런 일을 중고등학교에서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확장하고 싶었어요. 우리 메시지가 마음에 들고 우리가 하는 일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 나이대나 저보다 나이 많은 직장인 여성도 많았거든요. 재단에 참여하고 싶은 다른 운동선수들에게 문화를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재단을 시작한다는 게 엄청나게 방대한 프로세스잖아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고, 우리가 하려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죠. 'Kindness Wins'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상당히 광범위한 아이디어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예요. 제가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죠.
“저는 테니스는 꿈도 꾸지 못했을 다음 세대의 다양한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기회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슬론 스티븐스

테니스는 남녀 임금 평등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런 토대가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매디슨: 많은 게 이미 이루어진 상태에서 시작해서 우리 둘 다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빌리 진 킹과 비너스 윌리엄스가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하고 있고요.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 위치에 있지 못했겠죠. 더 많은 평등이 받아들여지고 존중될 수 있도록 지금도 싸우고 있어요. 아직 할 일은 많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이뤘지만 더 이룰 수 있어' 또는 '더 평등해질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예요.
슬론: 맞아요. WTA 선수 협의회에 있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여성이라는 점, 불평등을 느낀다는 점, 남자와 똑같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점만으로 이미 힘들다는 것을요.
지금도 계속되는 싸움 같아요. 절대로 지금 위치에 만족해서는 안 돼요. 항상 더 나아지려 노력해야 하죠. 더 많이 싸워야 해요. 이게 협의회에서 일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감히 따져 볼 입장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거예요. 이 사람들도 더 많은 걸 원하니 우리가 나서서 그걸 이뤄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것을 얻고 공평한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거죠.
글: 디드리 다이어
일러스트레이션: 사라 맥스웰